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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4-27 10:48
뚜꺼비 울음 서린 섬강(蟾江) 흥법사(興法寺)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675  

원주시 지정면에서 양평군 양동면으로 접어드는 경계선 즈음에 수리봉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를 ‘욕바위산’이라 부른다. 원주 감영의 감사나 강원도 동남부지역 목사들이 임기를 마치고 한양으로 향할 때 으레 섬강 안창나루에서 뱃길에 오르거나 대송치 고갯길을 넘어 이포나루 쪽으로 갔다. 그때 선정을 베풀지 못한 나리라면 욕바위에 오른 주민들의 욕 세례를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러니 이 산은 목민의 길을 일깨우는 훈계의 정상이었던 셈이다.

흥법사지(興法寺址)에 들어서면 섬강건너 정면으로 마주보이는 산봉우리가 건등산(健登山)이다. 본래는 기린산이었는데 왕건이 올랐다 하여 건등산이 되었고, 그 맞은편에는 견훤산성이 있다. 후삼국시대 패권을 다투던 왕건과 견훤이 이곳에서 남한강 일대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교두보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으며, 여기서 승리한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한 후 고려의 태조로 등극하게 된다.

흥법사(興法寺)의 창건연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통일신라의 말기에서 세워져 고려시대 전성기를 거쳐 조선 초기까지 이어지다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으로 기록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당시 절터만도 만여평에 이르던 거찰로 고달사와 마찬가지로 구산선문 중 봉림산파에 속하는 진공대사가 주석한 선종사찰이었다.

진공대사(眞空大師) 충담(忠湛,869-940)은 고려 태조의 왕사(王師)를 지낸 고승이며, 계림의 귀족 출신으로 신라 말기에 출가하여 당시 분열과 대립으로 한창이던 후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왕건이 삼국을 통일한 직후 세상을 마쳤다. 신라 출신인 진공대사가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 태조 왕건은 그를 예우하여 왕사로 맞이하고 흥법사를 중건해 주석토록 했다.

흥법사는 16세기를 전후해 폐사가 된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 숙종19년(1693)에는 도천서원이 세워졌다가 철폐되었고, 현재 금당지로 보이는 대 위에는 민가가 있어 축대석 및 많은 유구들이 흩어져 있으며 경작지가 들어서있다. 태조 왕건은 진공국사 입적 후 부도와 탑비를 내려 그를 기렸으며 당시의 비문에 이미 고사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고려건국 훨씬 이전부터 법등을 밝혀온 유서깊은 사찰이었다.  (※현지 안내판에는 진공대사가 신라 신덕왕(神德王)의 왕사도 지낸 것으로 쓰여 있지만, 유학을 마치고 918년에 돌아 왔다는 다른 기록으로 보아  917년에 죽은 신덕왕의 왕사는 아닌 것 같다.)

현재 이곳에는 흥법사지삼층석탑(興法寺址 三層石塔,보물 제464호)과 진공대사탑비귀부 및 이수(眞空大師塔碑,보물 제463호)만이 남아 있으며, 탑비의 비신과 함께 거돈사와 청룡사의 경우처럼 흥법사 진공대사부도탑(眞空大師塔,보물 365호)은 경복궁에 있다가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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