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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4-27 10:30
황량한 비석에서 옛 일을 찾다. -법천사지(法泉寺)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607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에 부처님의 진리(法)가 샘솟던 법천사지가 있다. 절이 폐사된 뒤 거대한 절터에 민가가 들어서고 논밭 등 경작지가 대부분이었던 이곳은 현재 민가를 밀어내고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세월을 비켜선 듯한 천고풍상의 노목을 지나 좌측 산길을 따라 오르면 석물들과 함께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비(국보 59호)가 서있다.
법천사(法泉寺)는 통일신라 원성왕 24년인 725년에 창건되어 한때 법고사라고도 불렀다 하나 창건연대는 모호하다. 이 절에서 당대의 제일가는 고승 지광국사가 출가하고 열반에 들었다. 원주 출신의 지광국사의 속성은 원씨로 어릴 때 이름은 수몽, 법호는 해린이다.

지광국사 해린(海鱗, 984~1070)은 고려 초기에 법상종(法相宗)을 널리 전파하였으며 화엄종과 더불어 고려시대의 양대 종단이었던 법상종의 사찰로 크게 번성 했다.문종은 그를 어가로 모시며 유식학(唯識學)을 청해들었으며 해린은 왕에게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요순(堯舜)의 교화로 할 것과 도덕정치로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청원했다. 목종에서 문종으로 이어지는 고려의 다섯 왕을 거치며 열 두 차례에 걸쳐 법호와 접계를 받아 부처님에 버금가는 예우를 받았다.

그가 입적한지 18년만인 고려 선종 2년에 지광국사의 제자들이 그의 덕을 기려  법천사를 대표하는 유물인 부도와 부도비를 세웠다. 당대의 명신 정유산이 찬하고 당대의 명필 아민후가 구양순체로 쓴 지광국사현묘탑비(智光國師玄妙塔)는 우리나라 부도비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  비의 몸돌은 최고급 오석으로 탑비를 바치고 있는 귀부에는 그의 지위를 증언하듯 무수한 임금왕(王) 자가 새겨져 있다.

부도탑비 옆에는 페르시아 풍의 아름다운 부도탑이 있었는데 1912년 일제 강점기에 일본 오사카로 밀반출 되었다가 1915년 돌아온 뒤, 6·25전쟁 중에 지붕돌 위쪽이 유탄을 맞아 조각난 것을 1957년 보수하면서 경복궁 마당으로 옮겼다.
지광국사현묘탑은 고려시대 불교조각의 백미로 우리나라 부도를 통틀어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일신라시대 이후 일반적인 부도탑 형태인 팔각형원당형에서 벗어나, 이 탑은 사리를 운반하는 데 썼던 일종의 가마(寶輿·보여)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기단의 맨 아래에는 용머리 모양의 장식이 사방으로 뻗어있는데 이것은 가마를 들쳐 메는 막대자루를 상징한다.
지광국사현묘탑 두고 이능화는 '조선불교통사'에서 "원주 지광국사현묘탑은 정교의 극치를 이룬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단모서리에 있던 네 마리의 사자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찾을 수 없다.

법천리는 그밖에 여말선초의 문신인 태재(泰齋) 유방선(1388~1443)이 법천촌사(法泉村舍)를 짓고 은거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가 1439년 법천리에 들어오자 그에게서 배우고자 권람(1416~1465), 한명회(1415~1487), 서거정(1420~1488), 이승소(1422~1484), 성간(1427~1456) 등 조선 전기를 풍미하던 문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한다.

그중 여주와 법천리를 자주 찾았던 서거정의 시에서 법천촌사와 법천사의 풍광이 읽혀진다.   “산중에 옛 절은 너무나 깨끗한데/ 황량한 비석에서 지난 일을 찾고/
묵은 탑에 적힌 이름도 있다오”라고 읊은 대목에서 당시 이미 폐허가된 절터에 남아 있는 지광국사의 부도탑이 발견된다.

또 교산(蛟山) 허균(1569~1618)이 1609년에 쓴 유원주법천사기(遊原州法泉寺記)에서 “난리에 불타서 겨우 그 터만이 남았으며, 무너진 주춧돌이 토끼나 사슴이 다니는 길가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고 비는 동강이 난 채 잡초에 묻혀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폐허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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