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코스 동학의 길 (코스길이 9.5km)
동학의 길 이야기
<동학의 길>은 여주 금사면 주록리 해월 묘소를 중심으로 조성하였다. 길은 주록리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한다. 주록리마을회관 쪽으로 진행하다 청운공원 옆 물구름다리(수운교)를 건너 마을안길을 걷는다.
계곡을 따라 형성된 마을을 따라 걷다 보면 이야기소를 만난다. 계곡물이 바위를 만나 도란도란 속삭이며 휘돌아나간다고 하여 ‘이야기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 끝에서 성혈사를 만난다. 절 경내를 가로지르는 길을 내주셨으니 고마운 마음으로 조용히 묵상하며 걸어야 한다. 절을 지나 조금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르막 끝 굽이를 돌아서면 순간, 앞이 확 트이면서 해월 최시형 선생 묘소를 만나게 된다. 천지자연의 생명이 모두 평등하고 다 같이 귀하다는 가르침을 주신 분이다.
마음으로 기도드리고 길을 이어가면 마치 원시림을 가는 듯한 숲길을 걷게 된다. 숲길 끝에 넓은 임도를 만난다. 이곳부터 동학의 핵심 가르침을 담은 해설판들을 만나게 된다.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 둘 만한 글귀들이다.
잎갈나무와 잣나무 숲에서 나무와 동귀일체감을 느껴보기도 하고, 도인을 닮은 바위에서 여러 가지 얼굴도 찾아보자. 임도를 만드느라 세운 개비온 벽이 많은데, 이곳은 ‘다시개벽판’으로 활용한다. 천지자연의 개벽은 있으나 생명이 서로 평화롭게 살기 위한 ‘다시 개벽’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다시 개벽의 방법을 이곳에서 쓸 수 있다. 임도가 끝나면 오솔길을 걸어 산 능선길로 가게 된다. 시원한 바람을 들이키며 산에서 내려오면 백고개가 나오고 다시 주록리 마을을 만난다. 물구름교를 건너 처음 출발했던 버스 정류장으로 원점 회귀하게 된다.
주록리는 사계절 모두 좋은 곳이지만 가을 단풍은 더없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인류의 큰 스승 해월 선생이 그곳에 계신다. 지금은 기후 위기 시대지만 아직 이곳 자연은 아름답다. 해월선생도 ‘때’의 중요성을 말했다. 때에 맞게 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용시용활’을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엄중한 때를 만나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지 깨달아야 할 것 같다. 천지자연이 부모요 부모가 천지자연이라고 했다. 내 안에는 부모의 혈기가 그대로 있다. 내가 곧 부모요, 천지자연이다. 천지자연이 망가진다면 나도 어찌 살 수 있겠는가. 동학의 길은 아직은 꿋꿋한 천지자연 속을 걷는다. 걸으면서 생각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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